[전문가 칼럼] 수출물류비 폐지 대응, 의무자조금단체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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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newsfarm@newsfarm.co.kr
- 승인 2022.04.0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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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부터는 수출물류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2015년 12월 WTO 제10차 각료회의에서 선진국은 모든 수출 보조금을 즉시 철폐하기로 했고 개도국은 2018년까지 철폐하나 수출물류비는 2023년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합의함에 따라 계속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선진국과 같이, 보조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개별경영체를 직접 지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허용보조금 형태로 자조금단체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하며, 해당 농산물에 대한 생산과 유통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권한과 책임을 자조금단체 등에 부여하여 개별경영체 간 과당경쟁과 수출단가 하락, 출혈경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WTO에서도 이를 허용하고 있고 UN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고 있다.
우선, 1) 연구개발, 2) 조기경보체제, 검역 및 박멸 등 병해충 방제, 3) 교육 및 훈련, 4) 지도 및 자문, 5) 위생, 안전, 등급화 또는 표준화 등을 위한 검사, 6) 소비확대 및 판매촉진, 7) 전력공급망 설치, 도로 및 기타 운송수단, 용수공급시설 등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이 WTO에서도 허용하는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지원규모를 확대해도 된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그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사실, 문제는 수출업체나 수출생산자들이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개별 수출업체나 수출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바로 받아서 수출가격을 낮출 수 있어야 하고 또 다른 수출업체나 수출생산자보다 더 많은 수출물류비를 받아서 다른 수출생산자나 수출업체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그간 그렇게 많은 수출물류비를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과당경쟁과 수출가격 하락, 채산성 악화로 인한 수출 기피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수출물류비가 감소되면서 오히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물류비를 대체할 수 있는 직접 지원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가격경쟁 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가치경쟁 위주의 수출구조로 바꾸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당 품목을 대표하는 의무자조금단체와 통합마케팅조직을 육성하고 제도적 권한과 책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자면,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전체 경작자의 과반수가 동의하고 정부가 승인하는 경우 경작자 등은 관련법에 따라 경작 및 출하신고, 자조금 납부, 시장출하규정 준수, 단일 유통조직으로의 출하 등을 의무화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작자 등은 범법자로서 처벌을 받게 된다.
수십년간 신품종 등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생산 및 상품화한 농산물을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의무자조금단체가 있다. 의무자조금단체가 관리 및 감독하는 단일 수출조직으로 수출창구를 단일화할 것을 경작자 스스로 결정하고 정부의 승인을 얻어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있다. 모두 일정가격 이상으로 가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교섭력과 대외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생산자 조직화를 지원한다.
다른 나라의 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우리도 경쟁국가의 의무자조금단체에 맞설 수 있는 의무자조금단체가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수출보조금을 줄일 것이 아니라 생산자 조직화와 품질관리 체계화, 브랜드관리 체계화, 마케팅 체계화 등을 통해 가격이 아닌 가치로 승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라 의무자조금단체가 대의원 2/3 이상의 동의와 농식품부 장관을 승인을 얻어 해당 품목 수출통합조직을 해당 품목의 단일 수출조직으로 정하고 경작자 등이 의무적으로 해당 수출통합조직을 통해 수출업체와 해외바이어에게 수출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생산자와 수출생산자, 수출업체 모두를 위해서 이러한 사례가 많아지기를 고대한다.